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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

제1장 고대의 교육 1. 그리스의 인본주의 교육

by 정 그릿 202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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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인본주의 교육의 성격

 그리스는 지중해 쪽으로 돌출된 산이 많고 땅이 척박한 자연환경에 위치한 곳으로 그리스는 서양의 인본주의적 문화와 교육의 발상지이다. 그리스인은 인간을 우주 안에서 가장 중요한 유기체로 간주하고, 합리적인 태도와 정신을 가지고 인간 현상을 관찰하고 탐구하여 독창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다.

 인간 중심의 창조적인 문화 형성은 주로 도시국가인 아테네가 주도하였다. 아테네는 노예가 다수를 차지한 계급사회이었지만, 1인 권력 집중적인 왕권보다는 자유시민 계급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평등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으며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였다. 초기의 군사적인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중기 이후에는 시민의 인간적인 생활방식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분위기에서 교육은 유아기 때는 유모가, 아동기는 부모가, 7세가 되면서부터는 파이다고고스가 주로 담당할 정도로 발전하였다.

 아테네에서의 교육은 귀족과 자유시민만이 특권이었다. 아테네 교육의 목적은 칼로스카가토스(아름답고 선한 인간) 형성에 있었다. 카가토스는 도덕적 측면에서 착한 것을 의미하고, 칼로스는 신체의 아름다움을 일컫는데, 그리스인들은 예술의 완성인 인간의 아름다움과 도덕적인 생활을 추구하였다.

 아테네 자유민은 세 종류의 초등학교 교육을 받았다. 체육과 음악 그리고 문자교육이다. 체육은 용기의 덕목을 키워주는 교과목으로, 음악은 아동의 영혼을 조화롭게 하는 인격 함양의 교과목으로 문자는 자유교양을 위한 교과목으로 중시되었다. 청소년들은 도시의 문화적이고 시민적인 생활을 직접적으로 체험했다. 그들은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법정에서는 토론하는 것을 관찰하였으며, 국가의 기관이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보았다. 이는 오늘날의 체험학습, 관찰학습과 같은 교육방식이다.

 후기 아테네에서는 인간적 학문이 성장하고 부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교육형태가 생겨났다. 초등교육에서는 미학적이고 신체적인 요소가 없어지고 문자와 문학이 강조되었다. 특히 소피스트의 등장은 아테네 인들의 기존의 도덕적인 관행과 제도 그리고 전통적 사고방식을 실제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게 하였고, 시민의 의무와 공적인 성공을 위한 고급 수준의 실용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게 하였고, 시민의 의무와 공적인 성공을 위한 고급 수준의 실용적인 지적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시민들이 폭넓게 정치에 참여한 이래 소피스트들은 입법가, 배심원, 행정가, 관료 그리고 군인으로 활동하였다. 그들은 논증하고, 토론하고, 주장하고, 부인하고, 연설했다. 그들은 시민들의 실제적인 역량을 키워주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소피스트들은 능력과 지성 그리고 정치적 탁월성을 목적으로 지적 탐구와 연설 및 토론 기술을 가르쳤고, 많은 젊은이들은 이들의 교육 방침에 동조하였다. 비록 플라톤이 소피스트를 가리켜 "논쟁을 좋아하며, 탐욕적인 위선자이며, 겉만 번지르르한 상인이며, 말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을지라도 그들이 실제적인 인간적 사회문화 발달에 기여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도시국가인 스파르타는 전쟁 수행을 위한 사회체제를 갖추고 군국주의를 채택하였다. 따라서 교육도 엄격하고 전체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교육의 목적은 용감한 군인 양성에 두었으며, 복종심과 애국심을 기르는 데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스파르타 시민은 허약하고 불구인 아이는 죽게 내버려두고 건강한 아이들 만을 집단적인 군사교육을 통해 훈련시켰다. 이런 이유로 스파르타에서는 인본주의적 문화나 교육이 발전되지 못했고 단지 후세에 '스파르타식 교육'이라는 강압적이고 엄격한 군국주의적 교육의 개념을 낳았다.

 그리스, 특히 아테네 교육의 철학적 기초를 다진 학자는 소피스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다. 이들이 탐구하고 연구하였던 철학적 주제는 인간 현상뿐만 아니라 생물학, 심리학, 정치학, 윤리학 등 광범위하다. 다만 여기서는 인간교육의 철학적 기초와 관련된 부분만을 선택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나. 그리스 철학자의 교육 사상

 1) 소피스트의 실용적 교육사상

  (1) 소피스트의 내력

 소피스트는 BC 5~4세기에 활동한 그리스의 강연자, 문필가, 교사를 일컫는 말이다. 그리스어권을 여행하면서 강의료를 받고 광범한 인간 관련 주제에 대해 가르쳤다.

 '소피스트'라는 말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영리한' 또는 '능숙한 사람'을 뜻했으나 점차 '현인'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어 오다 오늘날의 '궤변론자'와 같은 말로 변질되었다. 프로타고라스는 소피스트를 '직업적 교사'라는 뜻으로 썼지만 사실은 현인이라는 뜻과 연결된, 지혜의 교사임을 나타내려고 했다. 소피스트가 '궤변가'라는 말로 변질되어 사용하게 된 연유는 순전히 플라톤과 아리스토 텔레스 때문이다. 이들은 소피스트들이 당시 아테네 사회를 현혹시키는 학문을 가르치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로마 시대에도 소피스트의 전통은 이어졌고 이들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추앙받았던 수사학자, 산문작가로 활동하였다. 

   (2) 소피스트의 사상적 특징

 지금까지 이름이 남아 있는 그리스 시대의 소피스트는 약 30여명이며 중요한 인물은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안티폰, 프로디코스, 트라시마코스 등이다. 이들은 BC 380년경까지 대략 70여 년 동안 그리스 사회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이끌었다. 

 근세사상가 중 소피스트를 그리스 철학의 역사 속에 다시 끼워 넣은 최초의 인물은 헤겔이었다. 헤겔은 자신의 변증법에 비추어 소피스트들이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의 '정립'에 대해 '반정립'을 제시했다고 해석했다. 헤겔이 말한 '정립'이란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와 같은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이 실제적인 인간 세계가 아닌 외부 세계에 대한 진리 추구의 철학적 정립을 의미한다. 그들은 물질세계를 설명하면서 관찰자인 인간을 주제로 삼지 않았고 현상 세계 자체를 비실재적인 것으로 간주하였다. 결국 그들은 모든 현상 세계를 비실재적인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완전한 회의주의의 위험이 도사리는 이러한 경향은 인간이 자연현상의 궁극적 기초를 알 수 없다는 불신을 팽배하게 만들었다. 헤겔에 의하면 이러한 철학적 문제가 소피스트 운동이라는 반정립을 불러일으켰다. 소피스트 운동은 객관주의자들의 정립을 거부하고 자연 대신 인간에 관심을 집중했다. 

 주요 소피스트들은 대부분 아테네 시민이 아니었지만 아테네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것은 누구나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아테네 민주주의의 특수한 정치상황 때문이었다. 아테네 사회가 변하면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가문의 배경이 없는 다양한 출신의 시민들이 새롭게 진출했다. 특히 청년들은 이성적인 논증술을 사용하여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하는 소피스트들에게 커다란 매력을 느꼈다. 반대로 전통주의자들은 그들에게 크나큰 반감을 보였다. 플라톤은 전통에 대한 소피스트들의 공격을 지극히 부당하게 여겼다. 그러나 플라톤도 소피스트들로부터 1가지 사실, 즉 기존의 가치를 변호하기 위해서는 전통이나 무비판적 신앙이 아니라 인간 이성에 의거한 논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소피스트들은 아테네 시민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계획된 교육을 제공했고 수사학과 웅변술을 가르쳤다. 그러나 소피스트들이 웅변술과 수사학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연설의 기법뿐만 아니라 문법, 덕, 도덕의 기초 등도 가르쳤다. 그리고 사회와 예술의 역사, 시와 음악, 천문학과 물리학도 가르쳤다. BC 5세기 소피스트들은 학문의 범위와 방법에서 후에 르네상스 시대에 부활하는 인문주의의 수준 높은 교육방법을 가능하게 한 학자들이었다.

 헤겔은 소피스트들을 주관적 관념론자로 보았다. 헤겔이 보기에 그들은 오직 정신과 그 내용만이 실재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인식의 주관적 요소에 관심을 둠으로써 철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소피스트들과 이전 철학자들의 사상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 레스에 의해 '종합'되었다. 플라톤 이후 많은 철학자들은 형이상학을 철학의 최고봉으로 생각했고, 소피스트들이 너무나 반 형이상학적이기 때문에 철학자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형이상학이 더 이상 철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 현대에 와서 BC 5~4세기 소피스트들이 제시한 많은 철학적 논제와 이론은 점점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교육철학과 관련해서도 소피스트는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고 독일의 저명한 교육철학자 발라우프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소피스트의 실제적인 교육 철학관은 더 이상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행한 비판적 관점에서 보아서는 안되며, 또한 웅변학과 같은 단순한 교수 활동에 중점을 두고 평가해서도 안된다. 소피스트는 실제적인 인간 중심의 교육 철학사에 고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3) 소피스트의 교육사상

 이상과 같은 소피스트의 사상들로부터 몇 가지 중요한 인간 교육적 요소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첫째, 소피스트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적 사유가 인간의 실제적인 삶의 문제보다는 비실제적인 객관 세계를 대상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신비주의 혹은 지나친 형이상학적 경향을 비판하고,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보다 인간의 실제적인 삶을 향상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 인본주의적 교육사상을 발전시켰다. 둘째, 소피스트는 인간의 사회적 삶의 향상을 위한 교육내용을 중시했다. 그들은 삶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웅변술과 수사학뿐만 아니라 문법, 도덕, 사회와 예술의 역사, 시와 음악, 천문학과 물리학 등을 가르쳤다. 이러한 교육내용들은 당대의 대 철학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중시했던 도덕철학 중심의 교육관에 반(反) 한 것이다. 셋째, 소피스트들의 새로운 실제적인 교육 추구는 중세의 반인간적 시대를 마감하려는 르네상스 이후 인간중심의 교육 사상 및 교육내용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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