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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

제1장 고대교육 2. 로마의 실용주의적 교육

by 정 그릿 202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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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의 건국은 기원전 753년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는 단지 Romulus와 Remus 신화를 통해서 추측할 뿐이다. 초기 로마는 씨족의 연합으로 건설되었고, 왕과 귀족의 장이 모여 정치를 편 원로원과 자유민에 의하여 구성된 인민의회를 중심으로 통치되었다. 로마 평민은 자신의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대투쟁을 하였고, 그 결과로 유명한 12동판법이 만들어졌으며, 이 법을 기반으로 평민들은 권리를 획득하고 공화정을 이룩하였다.

 로마는 인간존중의 그리스 문화를 자신의 귀족사회의 전통과 통합하면서 가부장적 권위를 존중하는 전통적 관습을 정당화한 법을 통해 질서, 국가에 대한 의무, 조상의 전통을 유지하였다.

가. 초기 로마의 교육

 교육 사상사적으로 볼 때, 희랍의 철인들이 사색을 통한 지적인 이론화에 관심을 갖은 데 비해, 초기 로마는 생활의 실제에 유용한 인격과 지식을 강조한 새로운 교육을 중시하였다. 희랍인이 주관적, 사색적이었다면 로마인은 객관적이고 실용적이어서 실제적인 삶의 가치와 구체적인 성취를 위한 교육에 주된 관심이 있었다.

 초기 로마의 교육목적은 신과 국가 그리고 가정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는 용기 있는 인간됨을 위한 훈련을 중시하였고, 이 훈련을 통해서 공정하게 행동하고 부당한 일을 경계하는 선량한 시민, 즉 선인(Vir bonus)의 양성에 있었다. 선인이라 함은 자기 자신의 권리 사용과 의무, 책임의 수행에 대한 모든 기본적 덕, 즉 용기, 근면, 정직, 신중, 열심, 위엄 등을 소유하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소년의 경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신과 부모 그리고 법률과 국가기관을 존중하며 전통적인 농사법을 잘 알고, 평화시에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전쟁터에서 잘 싸울 수 있는 덕과 용기, 그리고 정의감을 지닌 자로 교육되어야 했다. 지적 교육보다는 인격과 용기를 강조하였고, 특히 로마 전통을 수호하는 가정교육을 중시하였다.

 로마 초기 공화정 시대에서의 교육에 관한 기술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카토(Marcus Kato, 기원전 234~149)의 예를 키케로의 말을 빌려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카토는 자기 아들에게 말타기, 권투, 수영, 갑옷을 입고 싸우는 것 그리고 투창 같은 군사적 기능을 가르쳤다. 또한 그는 자기 아들에게 도덕적 대화와 개인의 시범을 통해서 남성의 덕을 가르쳤다. 카토는 로마인의 애국적 이상의 표본이었다. 그는 로마인의 전통적 가치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자기 아들에게 말한 격언을 모은 '교훈집'에서 '말하는 데 재능이 있는 착한 사람'을 이상으로 삼고 전통적 가치와 법률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기 로마의 교육내용을 12동판법을 중심으로 하였다. 모세의 율법이 초기 히브리인의 교육내용이었고, 리쿠르구스법이 초기 스파르타 교육내용이었으며 솔론의 법이 초기 아테네인의 교육내용이었을 것이다. 12동판법은 공사 간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각자의 권리와 책임을 명백히 규정한 것이어서 이를 학습하는 일은 로마 시민 교육의 기본이었다.

 초기 로마의 주된 교육기관은 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정에서 소녀는 가사와 덕행을 배우고 국가에 대한 봉사를 배웠다. 소년은 부친을 따라 노동을 배우고 공회소에 가서 국사의 실제적인 문제의 토론을 익혔다. 그는 16세가 되면 완전한 성인으로 인정받아 국가의 시민이 된다. 이때부터 가정의 예법, 종교의식, 신전에의 헌물, 가족의 제전을 수행하여 성인으로서의 임무를 맡는다. 그다음에 그는 특별한 군사훈련을 위한 시술에 들어가야 한다. 그는 시민으로서, 군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나. 후기 로마의 교육

 로마인들은 스파르타인들의 철제 무기와 무장을 모방했고, 아테네 작가들로부터 시와 연극 그리고 철학을 배웠으며 심지어는 로마의 도덕과 정신의 기본인 가정까지도 그리스적인 삶의 스타일을 모방하였다. 특히 그리스의 학문 중에서 수사학이나 웅변술을 주요 교육과정으로 채택하여 실용적인 삶을 일관되게 추구하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설득적인 연설은 도덕적 삶과 정치적 성공의 필수 조건이었다.

 로마인은 지적 탐구를 위한 철학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키케로나 퀸틸리안과 같은 위대한 학자들은 '훌륭한 웅변가'적 능력 향상에 교육적 관심을 둔 듯하다. 특히 키케로는 그리스인의 인간교육적 이상을 수용한 한편, '웅변가'라는 저술을 통해 로마 교육의 이상과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웅변은 능동적 수행의 일환이다. 즉 웅변을 잘하려면, 폭넓은 학습과 지적 능력, 목소리 그리고 태도 같은 특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웅변가가 되려면 작문을 연습하고, 대중연설을 하고, 비판적으로 문헌을 읽어야 하며, 찬성하고 반대하는 토론을 연습해야 하며, 법학과 역사 그리고 정치학을 공부해야 한다. 이러한 학습은 주로 수사 학교에서 읽기와 토론, 표준 연설문 쓰기 그리고 모의재판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키케로의 웅변가적 인간상은 도덕적인 삶의 구현과 관련되어 있다. 그는 언제나 올바른 것을 행하라고 주장한다. 그릇된 행동은 비록 겉으로는 이롭다 하더라도 사실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전혀 이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키케로에 따르면 '올바른 것'은 합법적인 것이다. 즉 법이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 자체가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올바른 것이란 정직하고 공개적이며 공정한 것이어야 한다. 결과가 어떻든 약속을 지키는 것, 심지어 맹세를 하지 않았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모든 사람 즉 외국인, 노예 그리고 여성들까지도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평등하게 다루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인간성에서 동등하고 그들의 인간성은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제정시대의 대표적인 학자 퀸틸리안은 웅변 교수론에서 교육의 목적은 연설을 잘하는 착한 사람을 만드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연설 잘하는 사람이 인격적으로 이상적인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가 생각한 웅변가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교육하고 있는 웅변가는 완전한 웅변가이다. 착한 사람만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에게 탁월한 연설 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적 덕을 요구한다. 어떤 사람이 주장했던 것처럼, 나는 철학자들이 올바르고 훌륭한 삶에 관한 학문을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시민은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 적합하며, 자신의 조언을 통해서 도시를 운영할 수 있고, 자신의 법률을 가지고 도시를 굳건하게 만들며, 자신의 판단에 의해 도시를 개혁하는 사라미다. 이런 사람이 바로 웅변가이다.  그러므로 웅변가는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 즉 인격적으로 완전하고 지식과 웅변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이제까지 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퀸틸리안은 체벌과 같이 육체적으로 억압을 주는 방법은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이유로 체벌을 반대했다. 

 첫째로, 체벌은 불쾌한 것이다. 그것은 노예에게나 적합한 것이며, 모욕적인 것이다. 둘째로, 꾸지람을 듣고도 고칠 수 없는 자유민의 자녀는 매를 맞는다고 하더라도 전혀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로, 학생이 공부하는 것을 계속 감독한다면 이런 체벌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 매로 어린이를 위협한다면 매로는 통제할 수 없으며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청년기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상에서 볼 때, 후기 로마의 교육의 목적은 모든 분야의 지적 능력과 도덕적 인격을 갖춘 웅변가 양성이다. 웅변가만이 가장 지적이고 도덕적이며 로마의 전통과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는 공리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인간 교육관이 후기 로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기 로마의 교육은 잘 조직되었던 것 같다. 초등 수준의 교육기관은 초기의 Ludus와 같은 형태인 문학의 학교로 대개 7세에서 10세까지 의 소년과 소녀들이 수학하였다. 중등수준으로는 문법의 학교로 10세에서 16세 청소년을 위한 교육기관이었다. 이 학교는 희랍의 문법과 문학의 연구를 위한 희랍 문법 학교와 라틴문법과 문학의 연구를 위한 라틴문법 학교와 같은 두 형태가 있었다. 대학 수준의 교육은 주로 수사 학교에서 행해졌다. 이 학교는 16세 이상의 청년이 다닌 곳으로 주로 낭독, 즉석연설과 로마 법률, 도덕 원리에 관한 토론으로 교육내용이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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